번문욕례(繁文縟禮) -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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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문욕례(繁文縟禮) -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

번문욕례(繁文縟禮) -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

[번성할 번(糸/11) 글월 문(文/0) 화문놓을 욕(糸/10) 예도 례(示/13)]

복잡한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 사람들은 다른 일이 닥쳤을 때 간단하게 이해하는 것을 바란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 아픈 일이 많은데 크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는 무시하거나 대충 처리한다. 서양 철인 세네카는 단순함의 중요성을 말했다. ‘모든 기교적인 것, 주의를 끄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단순만큼 사람으로 하여금 친근하게 하는 것은 따로 없다.’ 또 있다. ‘참으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항상 단순하다. 왜냐하면 쓸데없는 일을 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다.

단순함을 찾는 사람에게 생각도 그러한데 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繁文)과 꾸미기만 한 듯이 세세하게 보이는 예절(縟禮)은 더 거리감을 느낀다. 번잡스런 煩文(번문)이라 해도 같고 줄여서 繁縟(번욕). 繁忙(번망)으로도 쓴다. 금침이나 자리에 꽃무늬 놓는 것이 縟(욕)인데 역시 번잡하다.

꼭 이 말이 어디에서 처음 사용되었는지 분명하지 않으나 중국 西周(서주)시대 왕의 직계 혈통과 동맹관계에 있던 제후 사이의 호혜적인 관계에 근거하여 복잡한 규정이 있었다고 본다. ‘史記(사기)’ 魯周公(노주공) 세가에 예가 있다. 주공의 아들 伯禽(백금)이 魯(노)땅의 봉토를 받은 지 삼년 만에 상황을 보고했다. 姜太公(강태공)은 齊(제)에 간 지 다섯 달 만에 보고했다. 주공은 정치가 쉽고 백성들에게 친근해야 따르게 된다며 앞으로 노나라가 제나라를 섬기게 될 것이라고 한탄했다.

우리나라에서 이 말은 상례나 제례 등의 규정에 대해 ‘허례다, 지켜야 한다’며 논쟁을 해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절차, 양식 등을 요구하는 관청에서의 사무가 형식적이고 너무 까다롭다고 말할 때 많이 쓴다. 민원인의 입장에선 전혀 필요하지 않을듯한데 요구하여 비용을 낭비하고 부패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근거가 있어야 하고 책임질 일이 있을 때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는 간단하고 쉽게 행해지지 않으면 국민들이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다. 漢高祖(한고조)가 통일한 뒤 約法三章(약법삼장)으로 민심을 잡았다. 법이 성기면 큰 죄를 지은 사람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다며 조밀하게 규정하면 되레 피라미들만 생활하기 불편해진다. 도덕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도 있는 것을 제정했다가 유명무실한 법은 또 얼마나 많을까.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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